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잡상

한 식당 종업원의 기고문
최저임금 1만원의 필요성에 대한 잡담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당연히 비즈니스 오너에게 타격이 옵니다. 왜냐하면 인건비가 바로 수직 상승하기 때문이죠. 팁을 주는 식당에서는 팁을 깎는 식으로 대처하는 듯 하지만, 팁을 받지 않는, 그러나 비숙련 노동자들이 많은 제조업에서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예를 들어 캐비넷을 생산해 내는 소규모의 공장을 생각해 봅시다. 6대의 밀링 머신과 2대의 자동 톱, 그리고 트럭이 오고 살 수 있는 도크가 2개, 그리 크지 않은 자재창고가 있는 그런 공장 말입니다. 생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 공장은 하루 2교대로 20명씩, 총 4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사무직 6명도 있지만, 사무직들의 연봉은 최저임금과 별로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일단 무시합시다. 기존의 최저임금은 12달러 였으며, 공장 노동자들은 직급이나 하는 일의 어려움 또는 노동강도에 따라 대략 13달러에서 15달러 까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 14달러를 모두 받고 있다고 칩시다. 계산하기 편할거니까요. 여기서 최저임금이 12달러에서 3달러가 올라서 15달러가 되었을때, 역시 계산하기 편하게 모두가 16달러를 받게 된다고 칩시다. 실질적으로 임금은 모두에게 2달러씩 올랐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죠).

그리하여 매일 40 x 8 x 14 = 4480 달러를 인건비로 지출하고 있던 공장의 인건비는 5120달러로 올라갑니다. 딱히 큰 차이는 나지 않아 보입니다. 고작해야 640 달러가 올랐을 뿐입니다…. 가 아니고, 이게 하루치지요. 한달이면 대략 4주 (20일) 잡았을때 1만 2천 800달러의 차이가 납니다. 1년이면? 15만 달러의 차이가 나게 되죠. 이것은 시간당 14달러를 받는 사람이 1년에 벌수 있는 금액의 약 6배가 조금 넘습니다. 즉, 이 공장은 이제 6명분의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생산성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법이니까 어겼다가는 사업정지라는 크리티컬을 먹겠죠? 그렇다면 공장에서 할 일은 일단 최대한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선에서 사람을 최대 6명까지 해고하는게 되겠네요. 간단하게 생각해서 6명분의 추가지출이 발생햇으니, 6명을 해고하면 그 치줄분이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미리 말했듯이, 사람을 줄여가는데 생산량이 그대로이기는 힘들죠. 더군다나 해고가 일어나면 노동자들의 사기 또한 떨어지고 분위기도 더러워 집니다. 공장 주인이 대가리가 있다면 함부로 사람을 자르지는 않을 겁니다. 혹은, 자르더라도 뭔가 해결책을 마련해 놓겠지요. 그리하여 대부분의 경우 등장하는게 자동화입니다.

기계는 비싸죠. 졸라게 비쌉니다. 간단한 작업 기계도 자동화를 달고 나오면 몇십만달러를 하고, 크게는 백만달러가 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장 주인은 대가리를 굴립니다. 정부가 다음해에는 최저임금을 17달러 까지 올리겠다고 발표를 햇거든요. 즉, 내년은 추가지출이 더 발생할거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참에 벼르고 별렸던 자동화 기계를 질러버리고 최소 2년에서 길게는 10년동안 그걸로 뽑아먹을수 있는 이득을 계산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50만달러 짜리 기계를 하나 구입하면 그 기계가 몇명분의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2명? 3명? 실제로 제가 본 봐로는 생산라인 하나가 통채로 – 12명 – 없어져도 오히려 생산성이 증가했었습니다. 물론 도입시기에는 에러가 많았고 숙달될 때 까지 오히려 상품성이 개판이었지만, 대략 한달만에 기계는 12명분의 일을 12명이 일하던 때보다 더 잘 하게 되더군요. 물건을 집어들어 자르고 깎고 마감하고 못을 박아서 내놓는 그 작업에 6명이 2교대로 붙어서 거의 매일 두세개씩은 불량이 나오고 사람이니까 실수를 햇었는데, 기계는 6명이 하던 것의 200%를 해놓고도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입력 잘못하면 쓰레기를 내놓지만요. 그러면 사무직이 까이는 겁니다).

50만달러의 투자를 뽕뽑는데는 3년까지 걸리지 않더군요. 안그래도 최저임금 상승 덕분에 매년 15만달러 + 내년에는 아마도 좀더 손해를 보게 될 상황이었으니, 지금 50만달러를 질러버리는 것은 결코 나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한번 자동화 기계를 도입해서 빠는 꿀맛을 알게 된 거죠. 특히 사람의 실수가 잦고 불량품이 많이 나오는 공정에 또다시 50만달러 정도 박아서 – 박을수 있다면 – 12명이 아니라 8명 정도 만 자르더라도 충분히 이득을 볼수 있다는걸 이제 알았거든요. 그렇게 공장의 기존 노동자들은 40명에서 28명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8명만 남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마무리는 사람이 하고, 재료가 오는 것을 나르고, 고객에게 배달하지만, 그런 것들도 이제 작업도구의 발달과 이동선반의 자동화와 바코드와 자동 스캐닝과 GPS 와 와이파이 덕분에 그전만큼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뭐, 언젠가는 기술의 발달 덕에 그런것들을 쓰게 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대충 시큰둥했던 그런 신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건, 역시 최저임금이 올라서 인건비가 오르니까 어떻게든 사람들을 잘라버리고 남은 사람들로 일을 하려니까 쓰게 됫던 거죠.

그런 신기술, 자동화기계, 새로운 네트워크, 혹은 하청업체를 쓰는 비용이 사람들을 잘라냄으로써 얻는 비용보다 더 크지 않았냐? 라고 질문하신다면, 저도 그렇게 까지 이득이 쳐나올줄은 몰랐습니다.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사람이 하는 일은 실수가 있기 마련인데, 물론 여전히 사람들이 있고 실수를 하지만, 그 비율이 처절하게 낮아졌습니다. 자동화의 강점은, 기계는 무표정하고 실수없이 시킨일을 한다는 거죠. 지각하거나 농땡이를 부리지도 않고, 입력된 값에 따라 죽어라고 기계팔을 돌립니다. 생산성은 얼마나 주어진 시간에 비용을 들여서 만들어 내는가에도 달려 있지만, 무언가 잘못되었을 경우에 그걸 만회하는 비용도 포함됩니다. 용접 마무리 한번 엉뚱한 데 해놨다가 일흔 여섯개를 페기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끔직하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은 사람들의 연봉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공장의 재정상태는 위태위태 하거든요. 큰걸 질렀으니까요. 그러다가 망하는 공장도 있습니다. 자동화 기계를 들인 만큼 효율이 안나오거나, 투자를 너무 했다가 파산하거나, 뭐 언제나 그런 실패가 있죠. 모든 투자는 위험한 투자입니다. 그러나 제가 본 것들은…

이 모든게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가속화 시킨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게도, 사업주는 늘어난 손해를 그냥 받아들지 않고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기를 쓸 것입니다. 자선사업하는게 아니니까요. 그게 자동화 기계의 도입이건, 사업의 축소나 합병이건, 업종 전환이나 빠른 은퇴건 뭐건 간에, 사업주들이 그냥 그걸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나누기를 기대하는 건 웃기는 소리죠.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에는 그 도의적인 목표나 인간적인 의미 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할 사람들간의 이익관계 변화와 달라질 행동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아야 할 텐데요, 안타깝게도 저는 제가 모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제 주위 사람들이 다 저처럼 모자라서 그런지 (끼리 끼리 논다고 그러잖아요?), 보통은 최저임금 인상을 아주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결정 같은 걸로 생각하더라구요. 그에 따르는 불이익과 피해가 생길 지언정, 우리는 그 의롭고 옳은 결정을 철회해서는 아니된다. 그에 따르는 괴로움은 인간으로써 우리가 당연히 짊어져야 하는 존엄성의 댓가다, 등등의 개소리를 한단 말이에요. 물론 저는 친구들을 좋아하니까 ‘맞아 멍멍!’ 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덧글

  • 백범 2019/07/05 07:16 #

    최저임금이 그걸 최소 10년은 앞당긴 게요.

    그리고 당신과 당신 주변은 절박한게 없는, 당장 굶지는 않는 중산층이라서 그런 듯요.
  • YUMYUM 2019/07/05 09:46 #

    오 오래간만입니다.
  • 효도하자 2019/07/05 08:34 #

    결국 최저 임금 받는층에 돌아가던 전체적인 부는 줄어드는군요.
  • YUMYUM 2019/07/05 09:46 #

    물론 저도 이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이게 도덕적인 행동이어서는 곤란하지 않나... 싶죠
  • 파파라치 2019/07/05 08:35 #

    그걸 "산업구조의 고도화"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물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고도화"가 당장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YUMYUM 2019/07/05 09:47 #

    안그래도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수는 줄어들고 잇엇긴 합니다만.
  • ChristopherK 2019/07/05 15:37 #

    그래서 법적으로 저런 류의 해고를 "부당한 것"으로 규정하게 되면 완전고용과 최저임금 상승을 다 잡을 수 있게되죠.

    여기가 지상락원입니다. 여러분!
  • YUMYUM 2019/07/05 22:05 #

    오 그런 꼼수가 그러나
  • Jl나 2019/07/05 18:35 #

    해고는 못해도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져서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못 한다 하더군요.
    배달비 내고 재료비 내면 한 그릇 팔아 적자.
  • YUMYUM 2019/07/05 22:05 #

    그런 상황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죠
  • Cene 2019/07/05 20:56 #

    ㅋㅋㅋ 전공이 산업공학쪽이고 공장자동화 파트에 있었다보니
    최저임금 올라간 덕에

    제안서에 ROI 3년->2년으로 줄어들었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결론:키오스크 관련주 풀매수
  • YUMYUM 2019/07/05 22:04 #

    가즈아!
  • Cene 2019/07/06 18:16 #

    그나저나 역시 ‘맞아 멍멍!’ 이라고 말해주시는 것이 레드불중독자 님의 처세술이시네요 ㅋㅋ
  • YUMYUM 2019/07/09 00:37 #

    도덕적이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니름을 못한다고 해서 멀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 2019/07/10 20: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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