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수준에서 약간의 경계태세를 높이는 것이 안전한 삶의 방식입니다 잡상

1. 이 나라/도시/마을은 치안이 좋은 곳이니까 괜찮아.
- 고도로 발달된 문명사회, 그 중에서도 치안이 매우 좋은 선진국에서도 강도 살인 강간은 노상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높은 철문을 패스카드와 경비원의 허가로 통과해야 하는 부유층들만이 사는 커뮤니티에서도 강도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또한 시간에 따라 장소의 위험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질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낮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유모차를 끌고 부부가 산책을 하는 곳이지만, 밤에는 취객들이 비틀거리고 퍽치기를 노리는 비행청소년들이 서성일수 있습니다.

2. CCTV 가 저기 있는 걸
- CCTV 가 사방에 있다 한들, 그것들은 범죄를 녹화할수 있을 뿐, 지금 일어나고 있는 범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CCTV 는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지고 상당한 중량을 가지고 있어 당신이 그걸 떼서 휘둘러 강도의 골통을 깨부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CCTV 는 너무 높히, 그리고 단단히 매달려 있습니다.

3. 나는 내 몸을 지킬수 있는 걸?
- 상대가 당신보다 강할 수 도 있고, 무기를 사용하거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기습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강도질은 기습적으로 흉기를 동반하여 이루어집니다. 연습을 많이 한 사람도 실제 상황에서는 몸이 굳거나 머리가 안돌아 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과신은 몸의경계체계를 낮추어 자기도 모르게 더 위험한 상황으로 본인을 끌어들입니다.

4. 항상 경계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살수는 없잖아요?
- 맞는 말입니다만, 그렇다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행운에 기대는 것 또한 좋은 습관은 아닙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약간의 경계태세를 높이는 것이 안전한 삶의 방식입니다. 혼자서 야밤에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산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돌아가야 하는게 싫어서 밤에 어두운 지름길을 택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더’ 위험한 짓입니다. 으슥하고 구석진 골목길이나 다리 밑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호감이 있고 연인관계로 발전할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남녀가 단둘이 밤을 지새는 상황을 피합니다. 술집에서 시비가 걸렷을때 사과하고 그 자리를 즉시 떠나야 하지 벌떡 일어나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홧김에 길거리에 돌을 던지지 않습니다. (큰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대충 이러한,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때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 너무 지나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과민반응은 아닌, 그런 생활 습관이 당신을 더 안전하게 만듭니다.

5. 내가 잘못된게 아니라 이런 위험한 사회가, 범죄자가 잘못된거 아닌가요? 왜 내가 조심해야 하나요?
- 범죄자와 그 범죄자를 만든 사회가 잘못이며, 그 범죄자를 잡아 단죄하기 위한 경찰행정기관과 사법부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단, 당신이 이미 범죄를 당하고 난 뒤에 말이죠.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들어가서 무엇이 원인이고 그 원인의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논하기에 제 지식은 너무나도 짧고 정보는 부족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사회나 국가나 정부기관이나 혹은 사람들의 인식은 잘못된게 아니라는게 아닙니다. 무언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거겟죠. 그래서 그런 잘못들을 지적하고 문제를 대중에게 전파하고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사회구조적 모순을 바꾸는건 절대로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옳은 일입니다. 단, 그렇게 하는 것이 단기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고, 당장 다음주에 있을 당신의 모임후 귀가길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도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래서,

6. 내가 목소리를 높이지 말아야 하나요?
- 아닙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옳아요. 그래서 더더욱 저는 당신이, 사회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그것을 바꿔나가려는 노력을 하는 훌륭한 당신이 강도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즉, 그렇게 발언하고 전파하고 노력하시면서, 조금더 안전에 유의하시라는 겁니다. 네, 이것은 사회의 문제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조금 신경을 더 쓰고, 상식적으로 약간 더 경계하고 산다면, 비록 당신의 자존심이나 합리성이 ‘도대체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왜 그렇게 수고롭게 더 신경을 쓰고 조심하고 그래야 하느냐’ 같은 상처를 받을지는 모르지만, 그럼으로써 당신이 사회를 진짜 더 확실하게 바꿀수 있게 해줄겁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틀렸다는게 아니에요. 오히려 당신같은 분을 응원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개인의 안전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죠. 그래서,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을때 공포에 떨어야 하는 여성으로써의 입장에 진절머리가 나시더라도, ‘나는 당당히 밤길을 걷겠다! 내가 잘못한거 아니잖아!’ 라고 하시지 마시고, 그냥 밤길을 혼자 걷지 않으시는걸 추천드립니다.

7. 이제까지 그래왔는데 또 그러란 말이냐!
- 이제까지 그래왔다면 이제부터 바뀌어야죠. 금방 바뀌지 않을 것이고, 당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당신을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범죄에 잃고 싶지 않습니다. 힘을 내시고, 더 목소리를 높여 주시고, 그러면서 안전에 유의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예전에 써 놓고 보내지는 않은 글이당.
다시 읽어보니 딱 맨스플레인이네.
안보내길 잘했엉! 결코 좋은 소리 못 들었을거다..

덧글

  • 함부르거 2019/06/15 08:53 #

    전통사회에선 세상엔 위험이 가득하고 조심하면서 사는 게 당연한 거였습니다. 선진국들에선 치안이 좋아지고 위험요소가 줄어들면서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이 줄어들어서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거 같아요. 저만 해도 어릴 때부터 온갖 위험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런가 경계심이 너무 없는 사람들 보면 황당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 아이리스 2019/06/16 04:19 #

    잘하셨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굳이 피해자 이슈 앞에서 꺼내어 넌씨눈을 자처하실 필요가 있나요. 그래서 남자들은 새벽에도 술 처먹고 돌아다니냔 소리 듣고 싶지 않다면.
  • YUMYUM 2019/06/16 15:03 #

    암튼 지난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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