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 라고 말하는 것 잡상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 라고 말하는 것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냉소적이고 염세적이며 사람이 바뀔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지 않는 좌절감에 가득찬 사람일 뿐이다, 라는 글을 읽었다. 그 글에서는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이들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당연한 듯한 말을 하면서 다른이들의 변화나 개선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마약중독자였다가 성공적인 배우로 귀한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예를 들면서 말이다.

그런데 보통 대화중에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혹은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단정적이고 염세적인 발언이라기 보다는 누군가를 위로해 주기 위해서 쓰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누가 전에 잘못을 저질럿던 이에게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혹은 입을것 같다, 그런 경우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상투적인, 그리고 예외가 존재하겠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경우에 잘 들어맞고, 실례를 찾기도 쉬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 너무 고생하지 말고 다른 사람 찾아라’ 인 것이다.

이걸 꼰대스러움이라고 번역한다면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이미 전에 잘못을 저질렀던 사람에게 ‘이제는 그 사람이 바뀌겠죠, 설마 또 그러겠어요?’ 라고 매달리는 아는 지인에게 ‘아 그렇겠지, 사람 바뀌어’ 라고 말해주는 것도 되게 우스운 일이다. 물론 그 지인은 그런 대답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확신을, 동조를 얻고 싶겠지. 그러나 당신하고 별로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굳이 애를 써서 그 확신에 동조해 줄 필요가 없고, 당신하고 상관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 불확실하고 가능성 낮은 믿음에 공감해 줄 필요가 없다.

사람은 바뀔수 있겠지.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아니고, 아주 극히 낮은 가능성에 걸고 그 사람의 갱생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냥 갈아치우고 다른 사람 만나는게 훨씬 더 낫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다. 이게 100% 맞지는 않지.
그러나 우리가 하는 모든 말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라고,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는 않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보통, 으례, 라는 말이 빠진 것이다. 그걸 적당히 알아서 못듣는다면,

못들을 수도 있지 뭐.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을 수도 있지 뭐. 상관이 있건 없건 내가 다른 사람한테 말해주면 뭐해? 어차피 맨스플레인이나 꼰대 소리나 들을건데 뭐. 좋은 말을 해주면 생각없는 이상주의자라고 씹히고 까칠하게 말해주면 염세주의적 비관론자라고 꼽씹힐텐데 안그래? “그냥 누가 뭐라 하면 듣고 있어주면 안돼?” 라고 말하는건 진짜 나아아빴다. 그런걸 바라시는건 너무나 나쁘십니다. 그런건 와이프님이나 요구할수 있는 겁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누가 무슨 말을 하면 하하하 호호호 허허허 웃으면서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신경 끄는게 좋을 것 같다. 당신이 나이가 많을 수 록 (특히 남자일 수 록), 타인의 말에 적당히 웃으며 맞장구를 치고 감정소모 없이 유연하게 흘리는 재주가 필요하다. 그리고 당신의 주장과 생각이나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들은 타인과 공유하지 말고 오롯히 당신 안에 차곡 차곡 접어놓고 당신이 앞으로 살아가는데만 꺼내 쓰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함부로 ‘그러니까 사람은 안바뀐다니까,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같은 말은 개인 블로그에 쓰거나 아니면 트위터에 익명으로 써갈기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 면전에서 그런 말을 하면 상대방은 당신을 염세적인 놈으로 볼수도 잇으니까. 뭐 까짓거 염세적으로 좀 보이면 어때? 라고 생각한다면 별 상관 없겠다만. 사실 나도 살면서 많이 바뀐거 같은데 제 3자가 보면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결론 : 그래서 난 잘 모르겟다. (이 짧은 문장을 이리 주절주절 풀어놓을수 있구나!)

덧글

  • 해색주 2019/06/04 00:52 #

    나는 내가 사람을 바꿀 수 있을만큼 훌륭한 사람이라고 믿지 않는다라고 겸손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가 잘하면 잘 따라와주겠지라는 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알고 나서는, 주제넘게 나서지 않게 되더군요.
  • YUMYUM 2019/06/04 02:04 #

    오 좋네요...!
  • nenga 2019/06/06 09:34 #

    로버트 다우니는 사실 드문 경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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